황량한 모래바람이 부는 몽골 고비사막, 그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모래에 뿌리를 내린 초록의 새싹은 바로 한국이 선물한 ‘숲의 씨앗’입니다. 기후위기와 사막화로 고통받는 몽골 고비사막은 이제 한국의 녹화 경험과 국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몽골 고비사막의 황폐화 실태, 한국의 숲 조성 활동, 그리고 지구환경 보존을 위한 국경을 넘은 노력에 대해 심층적으로 소개합니다.
1. 고비사막의 현실: 끝없이 번지는 황무지
고비사막은 몽골 남부와 중국 북부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사막지대입니다. 면적은 약 130만㎢로, 한반도 전체의 6배에 달합니다. 이 지역은 원래 건조한 기후를 가진 지역이었지만, 최근 몇십 년 사이에 기후변화와 인간의 과도한 활동이 결합되어 극심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비사막에서는 연평균 강수량이 100~200mm에 불과하며, 여름에는 섭씨 40도 이상의 고온, 겨울에는 영하 40도에 이르는 혹한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는 식물의 자생을 어렵게 만들며, 식생이 사라지면 토양은 쉽게 침식되고, 바람에 날려 먼지폭풍으로 발전합니다.
특히 사막화는 단순한 자연환경 문제를 넘어 유목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옵니다. 사막의 확장은 초지를 줄이고, 이는 곧 가축 사육의 기반을 무너뜨립니다. 더불어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람과 동물 모두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고비사막은 몽골 국토의 약 30%를 차지하며, 매년 수천 ㎢씩 북쪽으로 확산 중입니다. 이로 인해 몽골 전역의 약 70%가 사막화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사막화는 국경을 넘어 중국,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는 ‘동아시아 기후재난’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2. 한국, 숲을 통한 희망의 손길을 내밀다
한국은 20세기 중반만 해도 산림 황폐화가 심각했던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산림녹화 정책과 국민 참여를 통해 단 30년 만에 ‘산림 회복 모범국가’로 자리잡았습니다. 이 경험은 이제 몽골과 같은 사막화 국가에 전달되어, 지구의 녹색 회복을 돕는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한-몽골 그린벨트 조성사업’
2007년부터 한국 산림청과 몽골 환경관광부는 공동으로 ‘Korea-Mongolia Greenbelt Project’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비사막의 북쪽 경계에 방풍림을 조성해 사막화 확산을 막고, 기후 안정과 생태계 복원을 동시에 이루는 이 프로젝트는 한-몽 환경협력의 상징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바가노르, 세를렝, 다르항 지역을 중심으로 총 3,500ha 이상의 조림지를 조성하였으며, 매년 약 2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관리합니다. 조림 지역에는 버드나무, 포플러, 아카시아 등 생존력이 강한 수종이 심어지며,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관수 시설과 방풍막, 친환경 비료 등도 함께 설치됩니다.
특히 2020년 이후에는 드론을 이용한 파종, IoT 기반 생육 모니터링, 기후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수종 선택 등 스마트 조림 기술이 도입되어 조림 성공률이 대폭 개선되고 있습니다.
NGO와 시민이 함께하는 숲 조성
공공영역 외에도 민간 참여도 활발합니다. 대표적인 NGO인 푸른아시아는 2001년부터 몽골 현지에서 조림사업과 생태마을 조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가노르, 에르덴, 사인샨드 등지에 생태마을을 운영하며 주민들을 조림 활동에 고용하고, 유기농 텃밭과 태양광 설비, 빗물 저수 시스템 등을 함께 구축해 지역 자립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생 자원봉사단, 기업 사회공헌단 등이 매년 여름 몽골 현지를 찾아 조림과 환경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 내에서는 ‘1인 1나무’ 캠페인을 통해 몽골 나무심기 기금을 모금하는 등 다채로운 연대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 고비사막에 숲을 심는 이유: 단순한 조림 그 이상
탄소 흡수 및 기후 안정화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합니다. 몽골 조림지 1ha는 연간 약 5~7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으며, 이는 차량 3대 분량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치입니다. 수천 ha의 조림지는 기후변화 완화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토양 보전과 물 순환 회복
조림을 통해 형성된 숲은 토양을 고정시켜 침식을 막고, 지하수 함양을 도와 물 순환을 회복시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지역에서 숲은 '녹색 댐' 역할을 하며, 초지와 농경지의 회복을 돕습니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복원
고비사막에 심어진 나무 아래에는 다시 곤충이 날고, 조류가 돌아오며, 작은 포유류의 발자국이 찍힙니다. 조림지 주변에는 점차 생물다양성이 회복되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되는 지역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 삶의 질 개선
조림 사업은 지역 주민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생태관광, 친환경 농업 등 새로운 산업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푸른아시아 생태마을에서는 주민이 직접 숲을 관리하며 환경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었고, 청년층의 이탈률도 감소했습니다.
4. 숲은 국경을 넘는다: 한국과 몽골의 미래형 환경연대
한국과 몽골의 숲 조성 협력은 단순한 기부나 일방적 원조가 아닙니다. 이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향한 공동의 실천이자, 기후위기 시대의 글로벌 환경연대 모델입니다.
이제는 기술만 전수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한국은 몽골과의 조림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생태모델을 함께 설계하고, 현지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교육과 일자리까지 포괄하는 ‘포용적 녹색전환’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협력은 외교, 문화, 청년 교류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으며, ‘한-몽 숲 외교’는 양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5. 결론: 모래 위에 심은 희망, 미래로 자라나다
황량한 고비사막 한가운데, 바람에 휘날리는 작은 나무 한 그루. 그 뒤에는 수많은 한국인의 손길과 몽골인의 땀이 함께 있습니다. 우리는 숲을 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심고 있는 것입니다.
기후위기와 사막화는 인류 공동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나무 한 그루로 시작된 한국과 몽골의 연결은 그 과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보여줍니다. 숲은 국경을 넘고, 언어를 넘고, 세대를 잇습니다. 오늘 당신이 심는 그 나무가, 내일 우리의 지구를 지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