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으로 혼자가 된 시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떠나는 유럽 여행은 ‘치유’ 그 자체였습니다. 정해진 목적 없이,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우연히 발견한 카페에서 책 한 권에 빠져든 경험은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퇴사 후 혼자 유럽으로 떠나 40일간 다녀온 실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점과 얻은 것, 그리고 지금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퇴사 직후의 마음, 그리고 떠날 결심
퇴사.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나는 안정된 월급, 복지, 출퇴근 루틴을 포기하고 무기한 백수가 되었다. 출근 마지막 날, 회사 앞을 나서는 순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제 뭘 해야 하지?”였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스마트폰 뉴스에선 남들이 성장하는 소식이 가득했고, 친구들은 여전히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나를 일으킨 건 ‘여행’이었다. 단순히 어딘가를 간다는 것보다, “잠시 멈춰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찾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첫 여행지는 프랑스로 정했다. 유럽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낭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퇴사 후 2주 만에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40일, 유럽에서 혼자 보낸 시간
1. 파리: 외로움과 설렘의 경계
첫 도시는 파리였다.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밀려오는 불안감. 유심이 안 터졌고, 지하철 노선도는 복잡했고, 말도 안 통했다. 첫날 밤, 에어비앤비 숙소에 도착해 침대에 앉자마자 눈물이 났다. “내가 왜 여기 온 거지?”
그런데 이틀째, 달라졌다. 파리 시내의 아침을 혼자 걷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헤드셋으로 설명을 들으며 혼자만의 감상에 빠졌고, 카페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책을 읽었다. 그곳은 외롭지 않았다. 오히려 내 마음은 한없이 편안했다.
2. 스위스: 풍경에 압도되다
파리에서 TGV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향했다. 자연 속에 파묻히고 싶었고, 스위스는 그에 가장 어울리는 나라였다. 눈 덮인 융프라우, 푸른 호수, 깔끔한 기차. 매일 아침 숙소 창문을 열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믿기 힘든 영화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그린델발트에서 마주한 석양. 해가 지는 산맥 아래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며, ‘지금 이 순간만은 영원했으면’ 싶었다.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3. 이탈리아: 자유로움과 생기
스위스에서 기차를 타고 이탈리아 밀라노로 넘어갔다.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고, 사람들은 웃음이 많았다. 혼자 카페에 앉아 있어도, 누군가 와서 말을 걸었다.
로마에선 고대 유적을 보며 ‘시간의 무게’를 느꼈고, 피렌체에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보며 ‘예술은 곧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베네치아에선 물결 위를 떠다니는 곤돌라를 보며 다시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탈리아에선 혼자라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이었고, 나도 그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4. 크로아티아 & 슬로베니아: 소소한 평온
발칸 루트는 우연히 알게 된 여행자 블로그 덕분이었다. 자그레브, 류블랴나, 블레드.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하고 따뜻한 도시들이었다. 블레드 호수에서 혼자 하루 종일 산책한 날, 물 위로 반짝이는 햇살이 너무 예뻐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평온함을 잊지 말자.”
혼자 떠난 유럽 여행이 내게 남긴 것들
1. 진짜 ‘혼자’가 되다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시간을 ‘혼자’ 보냈다. 말없이 걷고, 식사하고, 감상하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고 결국엔 즐기게 됐다. 혼자 여행하면 알게 된다. “나는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일까?”
2. 계획보다 우연의 소중함
처음엔 모든 걸 계획하고 떠났다. 숙소, 루트, 식당까지.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니 우연이 더 큰 추억이 되었다. 예약이 꼬여서 어쩔 수 없이 찾은 작은 동네 식당, 길을 잃다 만난 숨은 전망대, 갑자기 말을 걸어온 현지인과의 짧은 대화. 그런 우연이 여행을 진짜로 만든다.
3. 비교 대신 성찰
회사에 있을 때는 늘 남과 비교했다. 연봉, 성과, 커리어. 하지만 유럽의 작은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릴 땐,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지금 충분히 괜찮다.” 퇴사는 도망이 아니라, 내가 나를 제대로 돌보려는 용기였다.
결론: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진짜 ‘쉼’의 여행
퇴사 후 유럽을 혼자 여행한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였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나는 더 단단해졌고, 더 너그러워졌고, 무엇보다 더 나답게 살고 싶어졌습니다.
혹시 지금 ‘회사에서 나와야 할까’, ‘나도 한 번쯤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마세요. 유럽의 골목, 공원, 미술관, 바닷가 어딘가에서 당신은 분명 당신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