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4. 14. 11:00

퇴사 후 혼자 떠난 유럽 여행기

퇴사 후 떠난 유럽 여행기 사진

 

퇴사 후 떠난 혼자만의 유럽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나를 다시 만나고, 나를 들여다보고, 결국엔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계획 없이 떠났지만 인생을 바꿔놓은 40일간의 기록. 이 글은 그 여정을 기록한 실제 유럽 혼행 여행기이자, 지금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다.

1. 퇴사 후, ‘멈춤’의 순간을 선택하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월요일이 오면 한숨이 나오고, 금요일만 기다리는 삶을 살았다. 일을 미워한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프로젝트 하나를 마치고 나서야 결심이 섰다. "나, 그만두자."

퇴사를 말하던 날은 무척 평온했다. 오히려 후련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나오고 나니, 나는 갑자기 모든 일정이 사라진 무력한 백수가 되어 있었다. 처음 며칠은 늦잠도 자고, 카페도 다녀보고, 친구도 만나며 시간을 보내봤다. 하지만 이내 알게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진짜로 쉬어야겠다."

그렇게 떠오른 단어는 단 하나. 유럽. 예전부터 꿈꾸던 여행지. 혼자서 걷고, 보고, 먹고, 기록할 수 있는 곳. 여행 경로도, 숙소도 아직 정하지 않은 채 나는 항공권부터 질러버렸다. 파리행 편도 티켓. 그렇게, 내 인생 첫 장거리 혼행이 시작되었다.

2. 낯선 도시, 낯선 나를 만나다 – 파리에서의 5일

도착한 첫날,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모든 게 낯설었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는 더더욱 안 되고, 구글맵은 먹통이고, 몸은 피곤하고, 머리는 복잡했다. 숙소 체크인을 마친 뒤 캐리어 위에 주저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잘못 온 걸까?’

그런데 이틀이 지나고, 셋째 날이 되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햇살이 비추는 세느강,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시민들, 루브르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거리 화가들. 나는 그 풍경 속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혼자라는 불편함은, 곧 자유로 바뀌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노트북에 짧은 글을 남기고, 예술 작품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누구의 눈치도, 누구의 일정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파리는 그렇게,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첫 여행지였다.

3. 스위스 –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작아지다

파리에서 스위스로 향한 기차 안, 창밖으로 점점 넓어지는 초원과 산맥을 보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꿈에서 그리던 풍경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인터라켄, 루체른, 융프라우요흐, 그린델발트. 모든 장소가 그림엽서 같았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다가도 몇 번을 감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혼자 마주한 그린델발트의 일몰. 붉게 물든 산맥 아래, 뜨거운 코코아 한 잔을 들고 앉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나는 지금 내가 얼마나 작고 귀한 존재인지, 스스로 느끼고 있다.” 스위스의 자연은 위로가 아니었다. 그 자체로 정답이었다. 어떤 말보다도 강하게, 조용히 내 마음을 보듬어줬다.

4. 이탈리아 – 느림과 열정 사이

다음은 이탈리아였다. 밀라노에서 시작해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까지.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프랑스와 스위스가 조용한 여백이라면, 이탈리아는 온전히 색으로 채워진 캔버스 같았다.

피렌체에선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 해 질 녘 도시를 내려다봤고, 로마에서는 콜로세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지나온 시간의 무게와 역사를 온몸으로 느끼는 듯했다. 베네치아에서는 방향을 잃고 골목길을 떠돌았지만, 그 길조차 즐거웠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았던 건, 혼자라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활기찼고, 나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살아 있는 느낌'이란 걸 오랜만에 되찾았던 시간이었다.

5. 블레드, 그리고 고요한 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계획에 없던 여행지였다. 하지만 다른 여행자의 추천으로 블레드를 찾게 됐고, 결과적으로 내 여행에서 가장 고요하고 깊은 날을 만들어준 곳이었다.

블레드 호수 주변을 하루 종일 걸었다. 사람도 없고, 소리도 없고, 오직 바람과 나의 발소리만 들렸다. 그 호숫가 벤치에 앉아 몇 시간이고 멍하니 있었다. “이 고요함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했구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온 내가 진짜 필요한 건 화려한 관광지도, 빡빡한 일정도 아닌, 스스로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었다. 그 하루로 인해 나는 내 여행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6. 여행이 끝나고, 나는 바뀌었다

40일간 6개국 12개 도시를 다녔다. 어떤 날은 피곤했고, 어떤 날은 길을 잃었고, 어떤 날은 눈물도 흘렸다. 하지만 단 한 순간도 후회는 없었다.

혼자서 해냈다는 자부심.
나는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
앞으로의 삶은 더 내 뜻대로 살아도 된다는 용기.

퇴사라는 용감한 선택 뒤에 따라온 이 여행은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안겨줬다. 사람들은 여행을 일탈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더 나답게, 더 온전히 돌아왔다.

결론: 당신에게도 권하고 싶은, 퇴사 후 유럽 여행

혹시 지금의 삶이 너무 숨 막히고, 뭔가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 마음을 모른 척하지 마세요. 퇴사라는 단어가 무섭다면, ‘멈춤’이라고 바꿔도 좋아요. 그리고 그 멈춤의 시간 속에서, 유럽이라는 낯선 세상으로 자신을 데려가 주세요.

낯선 도시의 카페 한 구석, 석양이 드리운 언덕, 바람이 불던 호숫가 어딘가에서, 당신은 진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여행은, 인생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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