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시대, 조림은 단순한 환경 미화 사업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대표 산림국인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역사와 생태 환경 속에서 각기 다른 조림 철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양국은 산림 면적의 60% 이상을 보유한 녹색국가로, 조림과 산림경영 경험이 풍부하며, 오늘날에는 이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와의 협력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조림정책을 단순 비교를 넘어서, 철학적 접근, 기술, 수종 전략, 유지관리, 시민 참여, 국제 협력, ESG 흐름까지 총체적으로 분석합니다.
1. 조림의 역사: 회복과 산업의 출발점
▷ 한국: 전쟁 후 황폐지를 숲으로
- 한국은 1950년대 전쟁과 난방 연료용 무분별한 벌채로 인해 전국 산림이 급속히 황폐화되었습니다.
-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통해 국가 주도 대규모 조림 사업을 전개하였습니다.
- 학교, 군부대, 주민단체가 총동원되었고, ‘식목일’ 제도도 이 시기에 제정되었습니다.
- 1990년대 이후에는 복합기능림 조성, 탄소흡수림, 도시숲 확대 등 다기능적 조림으로 전환되었습니다.
▷ 일본: 산업형 산림과 전통의 공존
-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산림을 국가 자원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산림정책을 펼쳤습니다.
- 2차 대전 후에는 급증한 목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스기(삼나무), 히노키(편백) 등 상업적 수종을 대규모로 조림했습니다.
- 그러나 단일 수종 중심의 인공림이 생태적 불균형과 산사태를 유발하면서, 1990년대부터 천연림 복원 정책으로 전환됩니다.
- 신사림, 정원수림 등 일본 고유의 숲 문화도 함께 계승되고 있습니다.
2. 수종 전략과 조림방식의 생태적 차이
▷ 한국식 조림의 특징
- 초기에는 생존률과 경관 회복이 중요하여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 잣나무 등을 집중 식재하였습니다.
- 최근에는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해 단풍나무, 참나무류, 자작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혼효형으로 조림하고 있습니다.
- 도시숲과 미세먼지 저감형 숲 조성에 따라 수종의 공기정화 능력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 일본식 조림의 특징
- 스기, 히노키 등의 단일 수종으로 조성된 인공림은 산림 산업화에는 유리했지만, 병해충과 자연재해에 취약했습니다.
- 최근에는 도토리나무, 참나무, 밤나무 등의 천연종 복원형 조림으로 전환되었고, 생태계 복원 중심의 다층림 조성이 늘고 있습니다.
- ‘산사태 방지림’, ‘조용한 숲’ 등의 테마형 조림도 활발합니다.
3. 조림 기술과 유지관리 시스템
▷ 한국
- NFIS(국가산림정보시스템)를 통해 전국 산림 현황을 DB화하고, 탄소흡수량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 드론 파종, IoT 수분 센서, 스마트 산불 감지 시스템이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되고 있습니다.
- 3년간 집중 유지관리 제도가 있어 풀베기, 병해충 방제, 간벌 등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 일본
- 정밀 조림 기술이 발달해 있으며, GIS 기반 설계, 기계식 파종기, 경사 지형용 조림 장비 등이 보급되어 있습니다.
- 일본은 간벌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숲의 질을 높이고, 목재 생산성과 생태 균형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 산림조합이 조림부터 관리, 수확, 가공까지 일괄 수행하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습니다.
4. 시민 참여와 지역사회 연계 모델
▷ 한국
- 학교숲, 마을숲, 시민단체 숲가꾸기 등 주민참여형 숲 조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 산림교육 전문가 양성, 유아숲체험원, 산림치유센터 등 교육과 건강 복지와 연계된 사업이 활발합니다.
- 단점은 아직 지역 임업조합과 주민 간 연결고리가 약하다는 점입니다.
▷ 일본
- ‘숲의 소유주 운동’, ‘마이포레스트 캠페인’ 등을 통해 일반 시민도 나무를 기부하거나 입양할 수 있습니다.
- 지역 산림조합은 주민을 고용하여 산림을 관리하고, 수익 일부를 주민 복지에 재투자합니다.
- 조림이 지역 경제와 문화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구조입니다.
5. 탄소중립·ESG 관점에서의 조림 전략
▷ 한국
-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조림지 기반의 탄소흡수원 인증제를 추진 중입니다.
- 기업의 ESG 보고서 제출과 연계한 ‘탄소 상쇄형 조림’이 시범 도입되고 있습니다.
- 몽골,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해외 조림 ODA 확대
▷ 일본
-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선언 후, 산림 활용을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켰습니다.
- 기업이 산림을 소유하거나 조림 사업에 투자하면 탄소배출권을 일부 인정받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ESG 경영을 통해 산림 가치가 경제적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6. 국제 협력 및 동북아 산림 외교
▷ 한국
- KOICA, 산림청 중심으로 몽골 사막화 방지 사업(그린벨트) 추진
- 아세안,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와 조림 협력 MOU 체결 다수
- 2023년에는 UN FAO 주관 국제 산림총회에서 지속가능 산림정책 발표
▷ 일본
-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와 목재 가공, 열대림 보호 협력에 집중
- JICA를 통해 사방사업, 생물다양성 숲 구축 등 생태복원형 협력 사업 진행
- 일본 내 전통 조림기술을 동남아에 전수하는 ‘문화형 조림 외교’ 전개
7. 결론: 조림,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 해답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조림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숲이 인간과 환경의 미래를 지키는 핵심 자산임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빠른 회복과 사회적 기능 중심의 조림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일본은 장기적 산림 경영과 문화적 가치 통합에서 선진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는 이제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조림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해법은 기술, 생태,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철학에 있습니다. 두 나라의 조림 경험은 향후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는 데 귀중한 교훈이 될 것입니다.